문성호 / 중국 문인의 악기, 고금(古琴) 연구 – 시문학 속 금의 사상적 – 심미적 분석을 중심으로 – / 2024년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

문성호 / 제주대학교 / 인문학 / 중국 문인의 악기, 고금(古琴) 연구 – 시문학 속 금의 사상적 – 심미적 분석을 중심으로 – / 2024년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 예비선정

연구목표:

중국 악기 고금(古琴)은 중국 문화의 정수(精髓)라 여겨진다. 요순시대부터 주문왕, 공자, 굴원, 사마상여, 유향, 채옹, 혜강, 도연명, 왕유, 한유, 두목, 구양수, 소식, 주희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금 음악은 끊겨본 적이 없다. 자연물이 아닌 인공물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대상은 많지 않다. 현재 학문은 세분화되어 인문학과 예술 분야는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과거의 문인은 학자임과 동시에 기예를 함께 익힌 예술가의 면모를 갖고 있었다. 금기서화(琴棋書畵)는 문인이 익혀야 했던 기본 덕목으로, ‘고금(古琴), 바둑(棋), 서예(書), 수묵화(畵)’를 가리킨다. 이중 바둑, 서예, 수묵화는 한국에 뿌리를 내렸지만, 고금(古琴)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고금(琴)은 학문적으로 금도(琴道), 금학(琴學), 금예(琴藝)로 분류되며, 국내에서 금예(琴藝)와 관련하여 문묘제례악의 편성 악기로 명맥을 이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금도(琴道), 금학(琴學)의 명맥은 끊겨 있다.
본 연구에서 고금(古琴)을 전방위적으로 연구하고, 특히 중국 시문학 작품 속에 고금(古琴)이 등장하는 구절을 발췌ㆍ정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고금의 사상적ㆍ심미적 함의를 분석하여 국내 금학(琴學)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고금(古琴)을 소개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대중적 활동과는 별개로 학문적으로도 기본 틀을 다지고 연구 결과물을 확보하고자 한다. 시문학 작품 속 고금(古琴) 관련 구절을 시대별ㆍ인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원문과 번역을 제공하며, 고금(古琴)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우리말로 설명하여, 이제 막 고금(古琴)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 누구나 고금에 깃든 고인(古人)의 정신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최초 AI 애니매이션으로 ‘천추시송(千秋詩頌)’을 제작했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 성과를 ‘텍스트’ 뿐만이 아닌 ‘영상물’로 제작하여 대중이 흥미롭게 소화할 수 있게 한다. ‘시’는 중국 전문 성우에게 의뢰해 녹음하고, 고금 음악과 관련한 고사 및 풍경을 영상의 배경으로 한다.
고금(古琴)을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구양수(歐陽脩)의 시 <弹琴效賈島體(탄금효가도체)>에 나오는 ‘고인불가견(古人不可見), 고인금가탄(古人琴可弹). 탄위고곡성(弹爲古曲声), 여여고인언(如與古人言).’을 마음에 새긴다. 옛사람은 곁에 없지만, 변함없이 같은 모습의 고금(古琴)으로 같은 곡을 연주하며 선인(先人)이 느꼈던 예술적 경지를 공유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공자(孔子)는 주문왕(周文王)과 공명(共鳴)할 수 있었고, 구양수(歐陽修)는 꿈에서 순(舜)임금을 만났다. <예기ㆍ악기(禮記ㆍ樂記)>를 보면 순(舜)임금이 오현금(五弦琴)으로 <남풍(南風)>을 지어 백성을 교화하고자 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아아, 소리를 살펴서 음(音)을 알고, 음(音)을 살펴서 음악을 알며, 음악을 살펴서 정치를 알게 되나니, 뒤에 보는 이들이 반드시 얻는 바가 있으리로다.’라 하여 유가(儒家)에서는 음악을 정치도구로 태평성대를 이루고자 했으며, 핵심 도구로 고금(古琴)을 들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 악기인 청명한 소리의 고쟁(古筝) 이외에, 차분하고 사람을 온화하게 해주는 소리, 여운(餘韻)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악기가 바로 고금(古琴)이다.
고금(古琴) 예술은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의 구전(口傳)과 비물질유산(非物質遺産)대표작’ 항목으로 선정되었고,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고금(古琴)을 연주하는 모습이 소개되면서 중국 대중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중국 내에서 고금(古琴)이라는 악기의 문인에 끼친 영향을 주제로 관련 논문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금학(琴學)과 관련한 새로운 연구 추세는 문인이 남긴 문학 작품 속 고금(古琴)과 관련한 구절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룬다.
2008년 북경올림픽 개막식에 소개된 고금(古琴) 연주 장면을 NBC 채널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That instrument is a ‘GuQin’. That instrument is sometimes called the father of Chinese music or even sometimes the instrument of the sages.” 고금을 현인(賢人)의 악기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악기의 어떤 모습이 현인(賢人)의 이미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고금(古琴)은 언제부터 전해왔으며, 어떤 인물이 어떤 마음으로 연주를 해왔던 것일까? 중국 문학 작품 속에는 어떤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을까?
고금(古琴)은 중국 악기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전래되었던 만큼 관련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 연구에서 중국 문화ㆍ문학 속 고금이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을 연구하고, 금학(琴學)과 관련한 최신 학문 흐름을 총망라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기대효과:

(1) 국내에 고금(古琴)을 소개하는 데 일조
중국에서 찻집, 박물관 혹은 전시회 등을 다니다 보면 차분한 현악기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연히 중국 영화 속에서 들어본 적 있음 직한, 동양의 느낌을 한껏 머금고 있는 현(絃)의 울림, 그것이 바로 고금(古琴)의 소리이다.
고금(古琴)은 백아절현(伯牙絕絃)의 고사(故事)로 유명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고금(古琴)이라는 악기 이름을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중국 문학 관련 거의 모든 번역서에서 고금(古琴)을 거문고라고 번역하기 때문이다. 춘추시대에 거문고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쳤을 리 만무하다. 만약 “고금(古琴)을 거문고라 의역한 것 아냐? 같은 현악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바로 본 연구가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문학작품을 번역할 때 고유명사까지 의역할 필요는 없다.
당송(唐宋)시기의 내로라하는 문인이 대부분 고금을 연주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금은 상징하는 바가 큰 악기이다. 우리나라의 세종대왕도 고금(古琴)을 연주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전해지며, 조선 후기까지도 고금(古琴)의 명맥은 끊기지 않았다. 본 연구를 통해 고금(古琴)과 고금(古琴)에 담긴 사상적ㆍ심미적 함의가 소개되고 알려진다면 고금(古琴)이 거문고로 번역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2) 국내 금학(琴學) 발전의 기틀 마련
근대 이후 국내의 고금(古琴) 관련 연구는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다. 현재까지 국악, 예술 학과 등에서 관련 논문 및 연구성과가 있고, 도일 스님이 2011년 <칠현금경(七絃琴經)>이라는 고금 관련 서적을 발간했다. <칠현금경>은 국내 최초의 고금 관련 전방위적 서적이다. 하지만 아직 중국 문학 작품과 연계된 고금 관련 연구는 면밀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본 연구를 통해 <칠현금경> 이후 더 구체화된 고금 관련 연구성과물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 금학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고금(古琴)은 예로부터 격조가 높아 일반인들이 좋아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져 왔고 그런 만큼 전수하려는 자도 적었는데, 지금은 일본, 유럽, 미국에서도 금사(琴社)가 결성되어 있고 금(琴) 연주회가 자주 열릴 정도로 애호가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금(琴)은 옛사람에게 있어 이것을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만족을 주는 도구였다. 한(漢)나라 때는 ‘금(琴) 일곱 줄로 만물을 통하고 재난을 다스린다.’라고 할 정도로 악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고금(古琴)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한국 음악이 독자적으로 잘 발달해 왔다는 반증이지만, 고금(古琴)이 동양 음악에 끼친 정신적 가치는 부인할 수 없기에 이를 전승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3) 한ㆍ중ㆍ일을 아우르는 동양적인 것에 대한 탐구
고금(古琴)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중국의 옛 악기를 아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 녹아있는 철학과 문화의 정보 차원에서도 필요 불가결한 요소이다. 고금(古琴)은 한국의 거문고(玄琴)와 일본의 와공(わごん, 和琴)의 전신이 되는 악기로 과거 극동 지방에 음악 이론을 꽃피우게 한 가장 오래된 현악기이다. 더구나 부분적이나마 천년이 넘도록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악기이므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구양수(歐陽修)는 자신의 산문 <육일거사전(六一居士傳)>에서 자신이 ‘서(書), 금석문(金石文), 금(琴), 기(棋), 주(酒)’, 이 다섯 가지 물건에 둘러싸여 지내기를 원해 스스로를 육일거사(六一居士)로 불렀다. 고금(古琴) 소리가 울려 퍼지고, 향이 있고, 차가 있는 동양의 멋스러움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금(古琴)을 이어나가는 것은 정신적 측면에서 유ㆍ불ㆍ도 사상이 편견없이 고스란히 전해짐을 뜻한다.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때 비로소 미래가 보인다는 말은 시대의 조류 속에 휩쓸리지 않고 지나온 발자취를 소중히 여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4) 인문학과 예술 분야의 결합
‘문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학과 예술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현재 문학은 텍스트 위주, 예술은 실기 위주로 둘이 접목되는 공간은 쉽게 접하기 어렵다. 고금(古琴) 연주곡은 이소(離騷), 봉구황(鳳求凰), 호가십팔박(胡笳十八拍), 오야제(烏夜啼), 양관삼첩(陽關三疊) 등 문학작품과 관련 있는 것이 많고, 양춘백설(陽春白雪), 매화삼농(梅花三弄), 고산유수(高山流水), 벽간류천(碧澗流泉), 평사낙안(平沙落雁) 등 마치 한 폭의 시가 음악으로 형상화된 것이 대부분으로 고금(古琴) 음악을 문학 혹은 예술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문학ㆍ예술ㆍ사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선인의 철학과 지혜를 한층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연구요약:

고금(古琴) 음악 문화 관련 내용의 방대함을 감안했을 때 모든 내용을 한 번에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본 연구에서는 ‘시문학 속에 등장하는 고금 구절’을 초점으로 삼는다. 시경(詩經), 초사(楚辭)에서부터 악부(樂府), 한시(漢詩), 당송(唐宋)의 시에 이르기까지 시문학 속에 등장하는 고금을 일률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며 체계화하며,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고금(古琴) 음악 문화의 지식ㆍ사상을 연구한다.
시기별ㆍ인물별 구분 및 정리를 통해 고금과 관련한 시문학 작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사상적ㆍ심미적 함의를 연구한다. 연구 결과를 저서로 출간하며, 고금(古琴)이 음악 문화인 만큼, 본연구는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연주 영상 등을 확보하여 텍스트와 영상을 결합한 결과물로 완성된다. 시와 음악은 직접 듣는 것이 중요하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영상물을 제작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고금 관련 영상물을 제작한 경험이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발전시켜 실제 고금 음악이 흘러나오는 영상에 연구성과를 자막으로 만들어 고금(古琴) 음악 문화를 즐기고 소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고금 음악 문화 관련 주변 인물을 파악하고, 시문학 속의 고금 구절을 발췌ㆍ정리ㆍ연구한다.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과 관련한 고금 음악 문화를 아는 것만으로 중국 문화의 핵심을 알게 될 수 있다. 아래 개요를 통해 전체 연구의 진행 방향과 연구성과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래의 인물 및 시문학 작품 속의 고금 관련 내용의 양은 방대하여 충분한 연구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 삼황오제(三皇五帝)ㆍ선진(先秦)
    삼황오제(三皇五帝) : 복희(伏羲)씨, 여와(女媧), 신농(神農)씨 외
    요순(堯舜)시대, 주대(周代) : 요순(堯舜), 허유(許由), 대우(大禹), 성탕 (成湯), 기자(箕子), 주문왕(周文王), 주무
    왕(周武王) 외
    춘추시대(春秋時代) : 사광(師曠), 사양(師襄), 공자(孔子), 백아(伯牙), 종자기(鍾子期) 외
    전국시대(戰國時代) : 열자(列子), 장자(莊子), 묵자(墨子), 송옥(宋玉), 굴원(屈原) 외
    진(秦) : 진시황(秦始皇), 이사(李斯) 외
  • 한대(漢代)ㆍ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전한(前漢) : 사마상여(司馬相如), 탁문군(卓文君), 양웅(揚雄), 유향(劉向) 외
    후한(後漢) : 채옹(蔡邕), 채염(蔡琰), 제갈량(諸葛亮), 주유(周瑜), 강유(姜維) 외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 죽림칠현(竹林七賢), 혜강(嵇康), 좌사(左思), 완적(阮籍), 도연명(陶淵明) 외
  • 당대(唐代)
    초당(初唐) : 조야리(趙耶利), 동정란(董庭蘭) 외
    성당(盛唐) : 왕유(王維), 이백(李白)
    중당(中唐) : 한유(韓愈), 백거이(白居易), 유종원(柳宗元), 유장경(劉長卿) 외
    만당(晩唐) : 두목(杜牧), 육귀몽(陸龜蒙), 피일휴(皮日休) 외
  • 송대(宋代) : 고금의 성숙 단계
    북송(北宋) : 구양수(歐陽脩), 소식(蘇軾), 유영(劉永), 이청조(李淸照) 외
    남송(南宋) : 곽초망(郭楚望), 주희(朱熹), 유적(劉籍), 모민중(毛敏仲), 전지옹(田芝翁) 외
  • 원(元)ㆍ명(明)ㆍ청(淸) : 조맹부(趙孟頫), 주권(朱權), 엄천지(嚴天池), 서청산(徐靑山), 장공산(張孔山) 외
  • 근대(近代) : 서원백(徐元白), 사부서(査阜西), 관평후(管平湖), 장자겸(張子謙) 외
  • 현대(現代) : 공일(龔一), 이상정(李祥霆), 오문광(吳文光), 성공량(成公亮) 외
  • 고금 10대 명곡(古琴 10大 名曲) 및 이외의 대표곡 20곡,
    최소 30곡을 영상물로 제작, 일 년에 6편씩 제작
    일 년에 최소 2편 이상의 논문 작성 및 국내외 학술 발표대회 참가 동양의 옛 지식인이 갖추어야 하는 조건 가운데 고금(古琴)은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손에서 놓지 않는다(君子無故不撤琴瑟)’라고 할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남송(南宋) 시기 전지옹(田芝翁)의 <태고유음(太古遺音)>에 따르면 고금(古琴)을 배우는 필수적인 조건으로 문학적 소양이 있어 시를 읊조릴 줄 알아야 하고, 얼굴의 생김새도 맑거나 예스러워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흉중무시(胸中無詩), 가슴에 시가 없는 자는 금을 탈 수 없으며, 심중무덕(心中無德), 가슴에 덕이 없는 자는 금을 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매력이 고금(古琴)의 위상을 만들어 냈는지 통시적으로 살피고, 국내에도 고금 음악이 소개되는 데 일조한다.

키워드:

고금(古琴), 중국 문인, 중국 악기, 시(詩)문학, 유(儒)ㆍ불(佛)ㆍ도(道) 사상

Gǔqín, Chinese Scholar, Chinese Musical Instrument, Poetry, ConfucianismㆍBuddhismㆍTao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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