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영 / 흥행사의 맥락에서 본 한국영화의 여성 재현과 그 지형(1999-2023) / 2024년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

강나영 / 한밭대학교 / 문화융복합 / 흥행사의 맥락에서 본 한국영화의 여성 재현과 그 지형(1999-2023) / 2024년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 예비선정

연구목표:

본 연구는 1999년에서 2023년까지 한국영화 속 여성 재현의 지형을 흥행사(史)의 맥락에서 조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는 수식어와 함께 시작된 세기 전환기부터 코로나-19의 영향까지 약 4반세기 동안 한국영화는 상승과 하락의 부침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한국영화연구의 통시적, 공시적 관점의 교호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21세기 한국영화의 여성 재현 문제를 흥행의 역사를 경유하여 탐구한다.
흥행 영화는 문화상품으로서 당대에 ‘잘 팔리는’ 영화라는 의미를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호응하는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그런 만큼 흥행 영화는 개인적인 취향을 넘어, 사회 전반의 가치관, 담론, 그리고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흥행한 영화의 의미가 사회 전체를 대표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양한 사회 계층과 집단들의 목소리가 영화 속에 동등하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중매체로서 영화와 그에 관한 객관적 지표인 관객 수는 당대 사회의 일면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 중의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여성의 사회적 위상과 그 변화에 대한 통찰 역시 영화 흥행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프랑코 모레티가 제시한 ‘멀리서 읽기’(Distant Reading)를 한국영화연구에 적용한다. ‘멀리서 읽기’란 선별된 소수의 정전 텍스트에 집중된 문학연구를 넘어서기 위해, 대규모 자료를 다루고 계량적 분석 방법론을 적용하는 일이다. 모레티는 데이터로부터 드러나는 양상에 주목하는데, 이러한 접근에서 부상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탐색이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은 중간영역이다. 무엇보다‘멀리서 읽기’의 핵심은 질문을 던지기 위한 구체적 실천이다. 대규모 자료를 다루고 계량적 분석 방법론을 적용한 뒤, 거시적 관점의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의 장기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문제를 도출하고, 기존 연구를 재검토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선 영화연구에서 관객 수와 같은 데이터를 연구의 지표로 삼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영화만이 가진 특징적인 정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있다. 한국영화의 통합전산망은 사기업에 의해 운영 및 제공되는 미국이나 월 단위로 취합하여 제공하는 프랑스와 달리, 정부 책임하에 운영함으로써 데이터의 투명성과 신뢰성,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신속함에 있어서 세계 유일의 산업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영화의 흥행 데이터는 하나의 연구지표로서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거나, 아니면 흥행이 지니는 의미를 고려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컨대,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이름 붙여진 천만 영화나 그와 비슷한 흥행을 기록한 영화에 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또는 비평적 관심은 높았으나 정작 흥행은 하지 못한, 즉 대중의 실제적인 호응을 얻지 못한 영화에 주목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흥행과 비평적 관심에서 간과된 중간영역의 영화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2017년 절정에 이른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상징적 소멸, 다시 말해 영화라는 허구적 세계에서 여성의 배제가 2017년에 갑자기 발현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2017년과 같은 상황에는 어떠한 변화를 거쳐 도달하게 되었는가? 여성 캐릭터가 사라졌다면, 배제의 방식과 그 흔적의 양상은 어떠한가? 사라진 여성들은 어디로 향하였는가? 이와 같은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한국영화에서 여성 재현과 관련된 지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검토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해 관객 수라는 산업적 지표를 함께 고려한다. 그 과정에서 21세기 한국영화사를 흥행을 통해 통시적으로 다루면서, 여성 재현의 문제를 공시적으로 분석한다. 그에 따라 21세기 한국영화의 여성 재현은 어떠한 지형을 구성하고 있는지 조망하고자 한다.

기대효과:

가. 학문적 기대효과 – 이론연구와 산업정보의 결합, 새로운 연구관점 제시
지금까지 축적된 여성 재현에 관한 영화연구들은 주로 여성의 재현으로 노정되는 사회적 담론, 불평등한 이데올로기적 효과에 집중되어 있다. 한편으로 영화 산업의 실증적 지표를 이용한 문헌들은 소비자 동향이나 산업 현황을 정리하는 경제적 측면의 보고서 유형이 대부분이다.
본 연구는 이 두 영역, 즉 이론적 연구와 산업정보의 결합을 통해서 여성 재현과 영화 산업의 다면적인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본 연구의 수행은 지금까지 축적되어온 영화연구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 대상에 대한 확장을 비롯하여 반복되는 연구 대상도 다른 각도에서 더 깊이 탐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여성 재현에 관한 영화연구의 광범위한 지평을 여는데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이를 가능케 하는 통합전산망의 연구적 활용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다. 통합전산망의 도입 배경에서 기대되었던 바는 산업 관계자의 효과적 생산과 유통, 정책 입안과 사업 추진의 효율성 향상, 학술적 연구 활동에의 활용 등이었으나 현재 상황은 학술 연구에서만큼은 기대효과가 높지 않다. 이에 본 연구는 연구의 영역에서 통합전산망의 활용도를 높이고 그 가치를 확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나. 사회적 기대효과 – 다양한 사회 집단에 대한 이해 증진
전통적인 영화 매체의 지위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등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경계 또한 흐려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우리의 삶 속에서 대중문화로서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영화는 여전히 우리의 삶과 역사, 사고를 반영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한 매체이다. 그런 만큼 대중영화 속 여성의 재현을 탐구하는 것은 단지 ‘여성’이란 범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영화의 역사적 흐름을 개괄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 집단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할 것이다.

다. 교육적 기대효과 – 다학문적 접근, 미래 사회를 위한 역량 교육
본 연구는 21세기 한국 대중영화의 주요 트렌드, 변화의 양상,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 영화학 전공자들이 이론적 연구를 넘어 영화제작현장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실무능력, 나아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기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영화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경제학, 문화학 등의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 연구 내용은 무엇보다 영화 매체가 지니는 대중문화로서의 함의, 그리고 그 가치를 확인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연구요약:

본 연구는 1999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영화 흥행사의 흐름을 네 개의 시기로 나누고, 해당 시기 관객 동원 100만 명 이상의 영화 속 여성 캐릭터 재현의 지형을 조명한다.
1년차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의 흥행작 속 여성 재현의 양상을 고찰한다. 이 시기는 개성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과 낮은 연령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연령과 관련하여 이들은 고등학생이거나 대학생, 결혼보다 연애를 더 즐기는 미혼 여성으로 재현된다. 이는 당대 관객층의 변화를 반영하는데 대중문화의 강력한 소비자로 부상한 10대 청소년을 고려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고등학생 시절 즐겨 읽던 인터넷 소설을 영화로 다시 소비하고, 이제 막 성년(대학생)이 된 관객들이 영화 속 자신의 세대에 공감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2년차는 2006~2011년까지를 다룬다. 이 시기는 여성 캐릭터의 연령 상승과 스릴러의 부상 및 영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단순히 산업적 침체라는 관점으로만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역동적인 변화와 다양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2007년에는 이전까지 인기를 끌지 못했던 스릴러 영화가 부상했고, 만화 원작의 활용, 근현대사나 식민지 조선에 관한 관심, 실화를 다룬 작품, 고전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현대적 해석 등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졌다. 또한, 흥행과 장르가 여성 재현의 다양성이나 깊이에 크게 영향을 주고받는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례로 스릴러 영화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세븐데이즈>, <심야의 FM>, <베스트셀러>, <블라인드> 등은 흥행사를 중심으로 한 여성 재현의 지형에서 의미 있는 지점이다.
3년차는 2012년~2017년까지를 다룬다. 이 시기의 초반부는 특정한 장르로의 편중 없이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호응을 얻었고, 그에 따라 여성 캐릭터도 다채롭게 변모했다. 이들은 사랑을 서사의 동인으로 삼던 캐릭터를 넘어, 다양한 장르에서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양상은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영화에서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은 멀티캐스팅이다. 문제는 멀티캐스팅이 흥행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게 되면서 여성 캐릭터의 위상이 점점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 시기의 후반부에 이르게 되면 여성 캐릭터의 상징적 소멸이 뚜렷하게 가시화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경향의 진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캐릭터가 사라졌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사소히 다뤄졌다면 그 사소함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흥행사를 통해 탐구할 것이다.
4년차는 2018~2023년까지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한국영화 흥행과 관련해서 페미니즘의 재부상과 코로나-19가 여성 재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질문한다. 소위“영혼 보내기”운동의 수혜를 받은 <미쓰백>의 흥행 성적은 관객 수 72만에 그쳤고, 보기 드물게 다수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흥행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미룬 다른 흥행 기대작들과 대결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제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호소력을 발휘한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특히 <써니>에 이어, 이 시기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밀수> 등의 흥행은 남성 캐릭터 일변도의 한국영화 흥행사에서 변화의 움직임이라 할 만하다.
5년차는 지금까지 분절하여 살펴본 시기별 특징을 종합하여 1999~2023년이라는 전체로 바라보고 정리한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자리는 협소해 보이지만, 정작 영화의 다양성이 발현되는 지점은 여성 재현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흥행과 관련하여 장르 편중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오히려 남성 캐릭터이다. 이와 더불어 흥행의 주요 변수로서 역사/실화 소재 영화와 여성 캐릭터의 위상, 멀티캐스팅과 스타/배우의 역할과 변화를 문제틀로 삼아 전체 맥락을 정리한다.
6년차는 연구기간이 3개월밖에 되지 않으므로 5년간의 연구결과를 총정리하고, 후속연구의 방향을 설정한다.

키워드:

한국영화, 영화 흥행, 여성 재현, 관객, 멀리서 읽기, 통합전산망, 상징적 소멸, 멀티캐스팅, 영화 장르, 영화 산업, 대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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